10강 첫 장면 영화처럼 연출하기

카피라이터 출신 작사가가 알려주는 작사법으로 카피라이팅
오펜's avatar
Apr 15, 2025
10강 첫 장면 영화처럼 연출하기

■ 웃음버튼

 

매일 오전 10시 30분

노래를 보내 새벽에 만든

회사에서 졸고 있을 너에게

아이스아메리카노 대신에

 

넌 과연 어떤 표정 지을까

두근두근 상상도 해 보지만

 

남들은 감동적이라는데

왜 넌 자꾸 웃기만 하니

츄러스부터 옆모습까지

모두 우리 얘기라서 그러니

 

남들은 슬프다고 하는데

왜 넌 자꾸 웃기만 하니

웃음버튼이 되도 좋아

네가 활짝 웃을 수만 있다면

 

■ 가사 소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노래다. 히트곡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좋은 가사가 나온다.

 

■ 가사 분석

 

매일 오전 10시 30분

노래를 보내 새벽에 만든

회사에서 졸고 있을 너에게

아이스아메리카노 대신에

 

▶ 벌스: 매일 오전 정해진 시간에 여자친구에게 자작곡을 보낸다. ‘노래를 보내 새벽에 만든’에서 도치법이 사용되었다. ‘30분’과 ‘만든’, ‘너에게’와 ‘대신에’으로 라임을 맞추었다.

 

넌 과연 어떤 표정 지을까

두근두근 상상도 해 보지만

 

▶ 프리코러스: 내심 이번에 만든 노래가 여자친구를 감동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들뜬다.

 

남들은 감동적이라는데

왜 넌 자꾸 웃기만 하니

츄러스부터 옆모습까지

모두 우리 얘기라서 그러니

 

남들은 슬프다고 하는데

왜 넌 자꾸 웃기만 하니

웃음버튼이 되도 좋아

네가 활짝 웃을 수만 있다면

 

▶ 코러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여자친구는 웃기만 한다. 이는 화자가 만드는 모든 노래가 실제 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때문이다.

 

■ 첫 장면 연출법

 

첫 문장은 영화처럼 시작해야 한다. 클로즈업샷을 보여주었다가 줌아웃하면서 풀샷을 보여줄 수도 있고, 반대로 풀샷으로 전체 상황을 보여주고 줌인으로 클로즈업샷을 보여줄 수도 있다.

 

□ 네가 없는 데도 해는 뜨고 또 지고 _임창정, 「그때 또 다시」

 

이별한 다음 날도 어떤 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와 똑같이 해가 뜨고 지고, 창 너머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별 후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는 세상이 오히려 낯설고 슬프다.

 

□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 _김민우, 「입영열차」

 

‘눈동자에 비친 풍경 그리기’를 활용하면 연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부분을 통해 전체를 드러내는 쓰킬이다. 첫 소절만 들어도 짧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떠오름과 동시에 입대 직전이라는 상황을 알 수 있다.

 

□ 이른 아침 일어나야 해 내일 우리 둘이 이별하는 날 _윤종신, 「내일 할 일」

 

때론 독백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짜고짜 이른 아침에 일어난다고 하면 리스너는 왜 그런지 궁금해진다.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내일이 이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시작하고 뒤에서 설명하는 내용적 도치법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우리 그 마무리가 _윤종신, 「좋니」

 

상대방에게 담담하게 말을 건네며 시작할 수도 있다. 독백이든, 말을 건네는 것이든, 행동이든 일일이 암기하지 말고 모두 선행사건에 대한 반응이라는 일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간단하다. 조성모의 「To Heaven」은 ‘괜찮은 거니 어떻게 지내는 거야’로 시작한다. 오펜의 「집사야」는 ‘집사야 잘 지내고 있니’로 말을 건네며 시작한다.

 

□ 이별은 혀끝까지 따라오나봐 작은 송곳처럼 네가 돋아나 _오펜, 「혓바늘」

 

아예 낯설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혀에 혓바늘이 돋은 것을 ‘이별이 혀끝까지 따라온 것’으로 표현했다. 사실이 문장은 인터넷 밈을 패러디한 것이다. 누군가 인터넷에 ‘양말에 구멍이 났다’라는 문장을 구멍이란 단어 없이 표현해 달라고 물었다. 베스트 댓글은 ‘어쩜 가난이란 것은 발끝까지 옮는지’였다.

 

이 밖에도 첫 문장을 시작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작사가가 어떤 의도로 그렇게 첫 문장을 시작했는지 분석해 보자. 첫 문장은 그 작사가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작사가가 가장 고심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 눈웃음

 

친구들이 그러더라

무슨 좋은 일 있냐고

잇몸이 보이게 웃는

모습 참 오래만이라고

 

널 만나기 전의 나는

입은 웃어도 눈은 울고 있었대

 

활짝 웃을 거야

광대가 승천할 때까지

눈가에 주름이 져도 괜찮아

실컷 웃을 거야

눈처럼 하얗게 퍼지게

마음의 주름도 펴지고 있어

 

▶ 화자가 친구들에게 들은 말로 첫 문장을 시작했다. 예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친구라는 제3자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주관적인 감각 왜곡이 아니라 객관적인 변화임을 드러낸다.

■ 채널 구독

아래 ‘채널 구독’ 버튼을 클릭하시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면, 오펜에서 작사한 모든 가사를 발매된 음원으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Share article

카피라이터의 작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