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눈사람
꽃망울 위로 눈이 쌓이던
삼월에 전 하얗게 태어났죠
하나둘 눈코입이 만들어지고
새빨간 목도리도 생겼어요
작은 눈오리는 내 친구
아이들은 모두 절 좋아했죠
아아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내일도 아침부터 놀고싶어요
아아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요
영원히 오늘처럼만 살고싶어요
■ 가사 소개
초봄에 잠깐 내렸다가 녹은 눈을 보고 쓴 노래다. 세상에 짧게 머물다 떠가는 반려동물이 떠올랐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 가사 분석
꽃망울 위로 눈이 쌓이던
삼월에 전 하얗게 태어났죠
하나둘 눈코입이 만들어지고
새빨간 목도리도 생겼어요
▶ 벌스: 눈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묘사되었다. ‘3월에 눈이 오던 어느 날’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3월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꽃망울이 움튼다. 눈이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눈이 쌓인다. 그렇다면 3월에 눈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꽃망울 위로 눈이 쌓인다(결과 보기).
작은 눈오리는 내 친구
아이들은 모두 절 좋아했죠
▶ 프리코러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좋아해 줘서 즐겁다. ‘즐겁다’라는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판단 재료(눈오리, 아이들)를 제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독자는 장면을 상상하고 스스로 감정을 환기시킨다.
아아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내일도 아침부터 놀고싶어요
아아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요
영원히 오늘처럼만 살고싶어요
▶ 코러스: 정말 즐거운 하루였기에 가능하다면 영원히 이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벌써 3월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눈사람은 녹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다.
■ 중첩 구조
이 노래는 표면적으로는 3월의 눈사람에 관한 노래지만 이면적으로는 반려동물이나 사람의 짧은 인생에 관한 노래다. 이렇게 가사의 레이어가 층층이 쌓이는 구조를 중첩 구조라고 한다. 마치 페이스트리 빵이나, 포토샵의 레이어와 같다.
중첩 구조는 다른 전개 방식을 비유 구조와 함께 사용될 수 있다. 이 노래는 표면적으로는 상황-정서-메시지로 전개된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인지 구조와 똑같다. 만약 서사성이 강하다면 기승전결로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겉으로 보면 서사 구조가 된다.
이러한 중첩 구조는 우화 등에서 흔히 사용된다. ‘여우와 신포도’와 같은 이솝 우화는 표면적으로는 동물 세계를 보여주지만, 이면적으로는 인간 세계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중첩 구조는 문학적 용어로 우의, 풍유 또는 알레고리라고도 한다. 원관념이 생략되는 상징과 달리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1대 1로 대응된다.
■ 벙어리 장갑
난 말이 없는 걸 벙어리라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너의 추운 맘을 녹이는 것 뿐
난 속이 없는 걸 장갑이라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널 내 안에 품어 보는 것 뿐
날 떠나 다른 체온을 찾아도 좋아
네가 따뜻할 수만 있다면
이 겨울이 가면 너는 날 잊고
나는 봄여름가을 널 기다리겠지
벙어리라서 참 다행이야
아프다는 말 삼킬 수 있으니
만약 내게 손과 입이 있었다면
너의 마딜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말했을거야 사랑한다고
나는 널 위해 태어났다고
▶ 표면적으로는 손과 사랑에 빠진 벙어리 장갑에 관한 우화적인 사랑 노래지만 이면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한없이 기다리는 남자에 관한 노래다.
■ 상반 구조
예문 「3월의 눈사람」은 1절만 소개했지만, 2절은 1절과 정반대로 전개된다. 이러한 구조를 ‘상반 구조’라고 한다. 예를 들어 1절에는 남자의 사연이, 2절에는 여자의 사연이 전개되는 방식이다. 「3월의 눈사람」의 2절은 다음과 같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고 전
눈물처럼 천천히 녹아내렸죠
하나둘 눈코입이 떨어지고
어느새 목도리도 사라졌어요
작은 눈오리는 날아가고
사람들은 모두 절 미워했죠
아아 정말 아쉬운 하루였어요
한번만 더 따뜻한 눈이 왔으면
아아 정말 짧았던 하루였어요
조금만 더 당신과 걷고싶어요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모든 것이 1절과 대응되며 반대로 전개된다. 1절에서 만들어진 눈코입은 떨어지고, 목도리도 사라지고, 유일한 친구였던 눈오리도 날아가고,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싫어한다. 그럼 3절은 어떻게 될까?
■ 변증 구조
정-반-합으로 전개되는 변증법을 작사에 응용하면 먼저 1절을 쓰고, 그에 상반되는 구조로 2절을 쓴다. 마지막으로 1절과 2절을 상위 차원에서 통합하는 3절을 쓴다. 다음은 「3월의 눈사람」 3절이다. 1절의 행복, 2절의 고통을 3절에서 어떻게 ‘합’으로 해결했는지 살펴보자.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고
저는 새하얀 구름이 됐지요
아아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짧지만 소중한 우리의 추억들
아아 내년 삼월에도 눈이 온다면
그때도 한 번 더 오고 싶어요
그때도 저랑 만나 주세요
눈사람이 태어나고 녹는 것은 모두 지상에서의 일이다. 눈사람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면 지상에서의 고통은 해결된다. 언제든 비나 눈이 되어 다시 땅 위에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변증 구조를 통해 「눈사람」은 비극에 빠지지 않고 희망으로 끝나는 노래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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