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온 세상이 이별이에요
심장에서 얼린 눈물이
하늘에서 녹아내리면
내 맘도 거리를 헤매요
스치는 눈마저 아픈 이유는
그대라는 걸 그대도 아나요
새하얀 눈이면 좋으련만
영화 속 아름다운 이별은 없기에
차라리 비라면 좋으련만
그대 손등이라도 두드릴 수 있게
■ 가사 소개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떠오른 감정을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깨비에 비유해서 쓴 노래다(둘 다 ‘-깨비’가 들어간다).
■ 가사 분석
온 세상이 이별이에요
심장에서 얼린 눈물이
하늘에서 녹아내리면
내 맘도 거리를 헤매요
▶ 벌스: 화자는 이별 후에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거리를 헤맨다. 화자의 눈에는 온 세상이 다 이별로 보인다(주관적 감각 왜곡).
스치는 눈마저 아픈 이유는
그대라는 걸 그대도 아나요
▶ 프리코러스: 눈이 스치는 사소한 자극도 화자에게는 아프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대’와의 이별 때문이다(주관적 인과 제시).
새하얀 눈이면 좋으련만
영화 속 아름다운 이별은 없기에
차라리 비라면 좋으련만
그대 손등이라도 두드릴 수 있게
▶ 코러스: 차라리 눈처럼 아름답게 이별하거나 비처럼 그대 곁에 있고 싶다. 진눈깨비처럼 어중간한 지금 상태가 고통스럽다. ‘차라리 달이 되어 임의 창가를 비추고 싶다’라는 정철의 「속미인곡」의 마지막 구절과 발상이 비슷하다.
■ 글자 분해
글자 분해란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단어 속에 숨은 단어를 찾아내는 쓰킬이다. 소주 브랜드 ‘진로’를 ‘참 진(眞)’과 ‘이슬 로(露)’로 쪼개면 ‘참이슬’이 된다. 일종의 파자놀이다.
‘눈물’도 둘로 쪼개면 ‘눈’과 ‘물’이 된다. 눈이기도 하고 물이기도 한 진눈깨비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이는 눈물이기도 하고, 눈도 물(비)도 되지 못하는 화자의 신세이기도 하다.
‘딥페이크’를 한 덩어리로 보면 그냥 사이버 범죄일 뿐이다. 하지만 ‘딥(Deep)’과 ‘페이크(Fake)’로 쪼개면 ‘깊은 속임’이라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꽃등심’도 둘로 쪼개면 ‘꽃’과 ‘등심’이 된다. ‘꽃’은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등심’은 내적인 성실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꽃등심’은 ‘아름다우면서 성실한 남자’에 해당한다.
그 밖에 ‘Small’ 안에는 ‘All’이 숨어있고, ‘Money’ 안에는 ‘One’이 숨어있다. ‘삶(生)’ 속에 ‘사(死)’가 숨어있고 ‘남’ 안에는 ‘나’가 숨어있다. ‘Coffee’ 안에는 휴식을 의미하는 ‘Off’가 숨어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단어 속에 숨은 단어를 찾아내려면 단어를 ‘의미’로 접근하지 말고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아예 자음과 모음이 레고 블록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사물로 간주해 보자. 이리저리 합치고, 뒤집고, 쪼개다 보면 통념을 깨는 참신한 표현이 나온다.
예: 숲은 金이다. MAN은 돌아서면 NAM이다, SSAC 바뀐 CASS,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니라 00이다, 쥭여주는 1,900원(*KFC를 세로로 세워서 ‘쥭’), ‘틈’을 채우는 ‘言’, 술 취하면 犬된다(술 취한 사람이 대(大)짜로 뻗은 모습, 점은 술병), 게살쮹(죽+죽=쮹) 등
■ 주관적인 인과 제시
주관적 인과 제시란 어떤 현상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주관적이고 문학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쓰킬이다. 「눈물」에서 ‘스치는 눈이 아픈’ 이유는 그대와의 이별이라는 주관적인 경험 때문이다. 시공간적 인접 관계에 있는 사물 또는 현상에 인과 관계를 부여해 보자(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 신은 커피를 맛있게 하기 위해 겨울을 만들었나 보다 _스타벅스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가 맛있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이 커피를 맛있게 하기 위해 겨울을 만든 것은 아니다. 시간적 인접을 주관적 인과로 연결했다.
□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_서정주, 「국화 옆에서」
국화꽃과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인과 관계가 없다. 대추 한 알이 붉어지기 위해 태풍과 천둥이 직접 필요하지 않듯이(나태주, 「대추 한 알」).
□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야 _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밤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느 별에 살고 있는 고양이 때문이다(오펜, 「집사야」). 공간적 인접을 주관적 인과로 연결했다.
□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어둠도 달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_BTS, 「소우주」
바로 위에 있는 구절과 발상이 비슷하다. 속담에서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하는 이유도 공간적 인접을 주관적 인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별을 했는지 몰라 _김민우, 「사랑일뿐야」
당연히 ‘그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많은 이별은 한 것은 아니다(객관적 진실). 그러나 그 모든 이별이 있었기에 당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주관적 인과).
□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 _아이유, 「드라마」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상상해 보자. 봄이 따뜻한 이유는 내가 있기 때문이다. 주관적 인과 제시는 당사자에게만 성립하는 심리적 진실이다.
■ 채널 구독
아래 ‘채널 구독’ 버튼을 클릭하시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면, 오펜에서 작사한 모든 가사를 발매된 음원으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