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할의 법칙
세상에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은 없다. 곤충도 머리/가슴/배로 되어 있고, 나무도 뿌리/줄기/가지로 되어 있으며, 글도 서론/본론/결론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3분할은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잔잔하게 시작되는 부분이 있고,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부분이 있으며, 주제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각각을 벌스(Verse), 프리코러스(Pre-Chorus), 코러스(Chorus)라고 한다. 이를 적절한 순서로 배치하면 송폼(Song Form)이 된다.
벌스에서는 상황이 설명되고, 프리코러스에서는 정서의 변화가 드러난다. 코러스에서는 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나온다. 오펜의 「집사야」를 예문으로 삼아서 각 파트의 역할을 살펴보자. 여기서는 내용보다 형식적인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새로운 예문보다 익숙한 예문을 활용했다.
■ 벌스의 구조
집사야 잘 지내고 있니
이곳은 박스도 많고 츄르도 많아
난 정말 행복해 고양이 별에서
딱 하나 네가 없는 것만 빼고
▶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의 현재 상황이 나타나 있다. 벌스는 띄어쓰기 포함 15글자 내외로 이루어진 4개의 행으로 구성된다. 한 행이 노래의 2마디이므로 벌스는 8마디에 해당한다. 즉, 벌스는 8마디로 된 짧은 노래다.
일일이 글자 수를 셀 필요는 없다. 위 예문이나 다른 가사를 참고하여 분량을 감각적으로 익혀보자. 일반적으로 발라드는 글자 수가 적은 편이고, 랩은 글자 수가 많은 편이다. 노래 장르에 맞게 글자 수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각 행의 길이는 비슷한 것이 좋다. 짝을 이루는 행은 보통 글자 수까지 비슷하게 맞춘다. 1행과 2행이 합쳐져서 하나의 의미 단위를, 3행과 4행이 합쳐져서 하나의 의미 단위를 이룬다. 즉, 두 행이 합쳐진 한 문장이 노래의 4마디에 해당한다.
여기서 ‘의미 단위’란 문장처럼 하나의 생각이 완결되는 단위를 말한다. 위 예문에서 ‘집사야 잘 지내고 있니 이곳은 박스도 많고 츄르도 많아’로 하나의 생각이 완결된다. ‘난 정말 행복해 고양이 별에서 딱 하나 네가 없는 것만 빼고’도 마찬가지다.
■ 프리코러스의 구조
기억해 날 안아준 너의 따뜻한 손길
아무리 할퀴어도 날 놓지 않았지
▶ 고양이가 집사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프리코러스는 띄어쓰기 포함 20글자 내외로 이루어진 2개의 행으로 구성된다. 이는 노래의 4마디에 해당한다. 마디 수가 벌스보다 적은 대신 각 행은 살짝 긴 편이다.
프리코러스는 코러스(Chorus)의 앞(Pre-)에 위치했다는 뜻이다. 벌스와 코러스를 이어주므로 브릿지(Bridge)라고도 한다. 이는 2절과 3절 사이에 있는 ‘디브릿지(D-bridge)’와 혼동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프리코러스’로 통일하겠다.
예전에는 프리코러스를 4행(8마디)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행(4마디)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1분 미리 듣기가 끝나기 전에 코러스를 들려주는 것이 리스너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벌스와 달리 프리코러스의 행 길이는 비대칭인 경우가 많다. 특히 2행의 길이가 1행보다 짧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코러스와 연결되는 부분을 점층적인 고음으로 길게 끌기 때문이다.
■ 코러스의 구조
집사야, 날 안아줘서 고마웠다
네 덕분에 이번 생은 정말 행복했어
집사야, 널 선택해서 참 다행이야
무지개다리를 건너 이 별에서도
영원히 널 잊지 않을게
▶ 고양이가 집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드러나 있다. 코러스는 벌스와 마찬가지로 띄어쓰기 포함 15글자 내외로 이루어진 4~5행으로 구성된다. 각 행이 너무 들쭉날쭉하지 않도록 감각적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벌스와 마찬가지로 1행과 2행이 합쳐져서 하나의 의미 단위를 형성하고, 3행과 4행이 합쳐져서 하나의 의미 단위를 형성한다. 1행+2행과 3행+4행은 마치 쌍둥이처럼 구조와 분량이 비슷한다. 이는 코러스가 대칭과 반복을 통해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코러스는 다른 말로 훅(Hook), 싸비(Sabi) 또는 후렴구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코러스’로 통일한다. 코러스의 어원은 그리스어 ‘코로스’로 합창을 의미한다. 노래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고조되고 리스너의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5번째 행은 아웃트로와 비슷하다. 앞에서 폭발한 코러스의 감정을 추스르고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며 곡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노래의 제일 마지막에 아웃트로가 있다면, 4번째나 5번째 행의 가사를 반복하거나 살짝 변형한다. 이제 「혓바늘」의 전체 가사를 보면서 스스로 분석해 보자.
■ 혓바늘
이별은 혀끝까지 따라오나 봐
작은 송곳처럼 네가 돋아나
말할 때도 먹을 때도 자꾸 걸리고
때론 아프고 쓰립기도 해
네 이름 위에 다른 이름 덮어보아도
여전히 혀끝에 맴을 도는 너
언제쯤 사라져 줄래 언제쯤 없어져 줄래
얼마나 앓아야 넌 만족하겠니
이제야 잊었나보다 이제 널 지웠나 보다
얼마나 아픈 줄 아니 널 나은 척하기가
네 흔적 삭히려 독한 약 바르다가도
가만히 다독인다 너 덧날까 봐
널 떠나보내려 애쓰다가도
정말 떠날까 두려워
언제쯤 사라져 줄래 언제쯤 없어져 줄래
얼마나 앓아야 날 알아주겠니
이제야 잊었나보다 이제 널 지웠나 보다
얼마나 아픈 줄 아니 널 나은 척하기가
네 안에도 내가 돋았니 나처럼 아렸니
미안해 널 찔렀던 바늘같이 시린 말들
이제 내 맘에 박혀있어
언제쯤 돌아와 줄래 언제쯤 나타나 줄래
얼마나 아파야 날 용서하겠니
이제야 잊었나보다 이제 널 지웠나 보다
얼마나 패인 줄 아니 널 지운 자리가
정말로 잊었나보다 완전히 떠났나 보다
혀끝에 있던 네가 느껴지지 않아
이제 다 나았나보다 정말 다 끝났나 보다
다시 돋아도 좋아 널 닮은 아픔이라면
■ 가사 조립하기
한 편의 노래는 하나의 노래가 아니다. 벌스, 프리코러스, 코러스라는 3개의 짧은 노래가 합쳐진 것이다. 가사를 쓸 때도 전체를 한 번에 쓰려고 하면 안 된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이 벌스 , 프리코러스, 코러스를 각각 쓰고 조립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먼저 1절 가사를 쓴 후, 이를 확장해서 2절과 3절 가사를 쓴다. 2절과 3절은 1절을 반복하면서 살짝 변형한다. 즉, 1절만 쓰면 전체 가사의 70%를 쓴 것과 다름없다. 2절과 3절을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벌스, 프리코러스, 코러스를 각각 A파트, B파트, C파트라고 하기도 한다. 음악 제작 현장에서 쓰는 용어는 공식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뮤지션마다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수 있으니 같은 개념의 다른 용어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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